[코인법안 2부] 미국·EU·한국 규제, 한눈에 비교하기
세 지역의 코인 규제는 “얼마나 센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만드느냐가 다릅니다. EU는 시장 전체를 하나의 법(MiCA)으로 묶었고, 미국은 기관별로 권한이 쪼개진 채 시장구조법을 아직 논의 중이며, 한국은 이용자 보호부터 먼저 시행하고 나머지를 2단계 법으로 미뤄 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완성도” 순으로 줄을 세우면 EU → 한국 1단계 → 미국(스테이블코인만 완료) 순이 됩니다. 아래 비교는 모두 2026년 8월 기준이며, 특히 미국과 한국은 진행 중인 안건이 있어 실제 판단 전에는 직접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시리즈의 전체 지도는 1부에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비교표
| 항목 | 미국 | EU | 한국 |
|---|---|---|---|
| 규율 방식 | 기관별 분절. 주제별 개별 법안 | 포괄 단일법(MiCA) 하나로 통합 | 단계적 개별법. 1단계 시행, 2단계 추진 중 |
| 근거 법령 | GENIUS Act(스테이블코인, 시행) / CLARITY Act(시장구조, 상원 계류) | 암호자산시장법(MiCA), 2023년 채택 | 특정금융정보법(2021) +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2024) |
| 주무 기관 | SEC(증권거래위원회)·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통화감독청 등 다수 | ESMA(유럽증권시장청)·EBA + 각 회원국 감독기관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FIU(금융정보분석원) |
| 사업자 진입 | 연방 단일 라이선스 없음. 주(州) 단위 등록 + 연방 규제 중첩 | 인가제. 회원국 한 곳에서 인가받아야 영업 가능 | 신고제(수리 필요). 인가제 전환은 2단계 법의 쟁점 |
| 국경 넘는 영업 | 주마다 별도 등록 필요 | 패스포팅. 1개국 인가로 27개국 영업 | 국내 이용자 대상 영업 시 국내 신고 필요 |
| 스테이블코인 | 준비금·상환 의무 법제화 완료(2025년 7월 발효) | ART·EMT로 분류해 2024년 6월부터 규율 중 | 원화 스테이블코인 근거법 없음. 발행 주체 논의 단계 |
| 투자자 보호 장치 | 시장구조법에 포함 예정(미완) | 백서 공시, 자산 분리보관, 시장남용 금지 | 예치금 보호·콜드월렛 보관·불공정거래 처벌 시행 중 |
| 핵심 시행 시점 | 2025년 7월(스테이블코인) / 시장구조는 미정 | 2024년 6월(ART·EMT), 12월(CASP), 2026년 7월 경과기간 종료 | 2021년 3월(특금법) / 2024년 7월(이용자보호법) |
| 2026년 8월 현재 남은 과제 | 상원 본회의 표결(9월 이후 전망) | 회원국별 인가 심사 적체 |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
방식이 갈린 이유
EU가 포괄 단일법을 택한 것은 27개 회원국이 제각각 규제하면 단일시장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MiCA(암호자산시장법,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는 발행·공시·사업자 인가·시장남용을 한 법에 담았고, 패스포팅(한 나라에서 인가받으면 나머지 회원국에도 그대로 영업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을 붙였습니다. 대신 인가를 못 받으면 27개국에서 동시에 퇴출됩니다. ESMA는 2026년 4월 경과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확인했고, 7월 1일 이후 인가 없이 EU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사업자는 즉시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esma.europa.eu 공개 성명).
미국이 분절된 것은 제도가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증권은 SEC, 파생상품은 CFTC가 맡는 구조가 1930~1970년대에 자리 잡았는데, 코인이 둘 중 어디에 속하는지가 애매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새 법을 만들자”가 아니라 “누가 관할할지부터 정하자”에서 막혀 있습니다. 시장구조법(CLARITY Act)은 2025년 7월 하원을 통과하고 2026년 5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지만, 8월 8일 본회의 절차 표결(cloture)이 시작된 뒤 휴회에 들어가면서 본표결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상원은 9월 14일 복귀하며,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합니다. 진행 단계는 congress.gov 의안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자세한 경위는 3부에서 다룹니다.
한국이 단계적 개별법을 택한 배경에는 순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2021년 특금법으로 사업자 신고제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먼저 깔았고, 잇따른 사고 이후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처벌을 붙였습니다. 발행·공시·인가처럼 산업 전체를 설계하는 부분은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으로 넘겼는데, 이 법은 2026년 8월 현재 아직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여당은 연내 입법 완료를 목표로 밝혔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자본금 요건 같은 쟁점이 남아 있습니다.
항목별로 뜯어보기
사업자 진입: 신고 · 인가 · 등록은 다 다르다
세 단어가 비슷해 보이지만 문턱이 다릅니다. 신고는 요건을 갖춰 알리면 수리되는 방식이고, 인가는 감독기관이 심사해 허락해야 영업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인가제가 더 셉니다.
한국은 현재 신고제입니다. 다만 실질 심사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전문인력·전산설비·내부통제 요건과 대주주 결격 사유를 못 채우면 수리가 거부됩니다(금융위원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 EU는 명확한 인가제이고, 미국은 연방 단일 라이선스가 없어 주별 등록에 연방 규제가 겹칩니다. 한국의 인가제 전환은 2단계 법의 대표 쟁점 중 하나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유일하게 미국이 앞선 항목
미국은 GENIUS Act가 2025년 7월 발효되면서 준비금 보유와 상환 보장을 법으로 못 박았습니다(GENIUS Act 정리). EU는 더 일찍 움직여, MiCA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참조토큰(ART)과 전자화폐토큰(EMT)으로 나눠 2024년 6월부터 규율 중입니다. 한국만 근거법이 비어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으로 열지 폭을 넓힐지를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시각이 갈립니다. 이 대목은 4부에서 따로 다룹니다.
투자자 보호: 한국이 오히려 먼저 간 항목
한국은 이용자보호법으로 예치금 보호, 자산 분리보관, 불공정거래 처벌, 거래소의 이상거래 상시감시를 이미 시행 중입니다. 미국은 이 부분이 시장구조법에 묶여 있어 아직 공백이 있습니다. 거래소 파산 시 이용자 자산이 어떻게 되는지는 지갑 4부에서, 시행 전후 변화는 5부에서 다룹니다. 과세는 코인세금 시리즈, 트래블룰은 트래블룰 FAQ, 토큰증권은 증권토큰화 3부를 참고하세요.
이 비교표가 투자자에게 갖는 의미
표를 세로로 읽으면 나라별 특징이 보이지만, 가로로 읽으면 한국이 어느 항목에서 앞서고 어느 항목에서 비어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게 이 비교의 실익입니다.
한국은 이용자 보호에서는 미국보다 먼저 갔고, 스테이블코인에서는 미국·EU보다 늦었으며, 사업자 진입 규제의 강도는 그 중간에 있습니다. 즉 “한국은 해외를 따라간다”는 시리즈의 가설은 항목별로 성립 여부가 갈립니다. 스테이블코인에서는 들어맞고, 이용자 보호에서는 오히려 뒤집힙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구분은 뉴스를 거르는 필터가 됩니다. 해외에서 어떤 규제 소식이 나왔을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한국도 곧 그렇게 되나”가 아니라 “그 항목이 한국에서 이미 처리된 칸인가, 비어 있는 칸인가”입니다. 이미 처리된 칸이면 해외 뉴스는 국내 제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비어 있는 칸이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지만, 그때도 통과 단계와 발효 여부를 구분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규제 강화 소식은 흔히 악재, 완화 소식은 호재로 번역되지만 실제로 바뀌는 것은 내가 쓰는 거래소가 계속 영업할 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어떤 권리를 갖는지입니다. MiCA 경과기간 종료로 EU에서 실제 벌어진 일도 시세 변동이 아니라 인가 못 받은 사업자의 퇴출이었습니다. 표의 칸을 채우는 일은 시세 이벤트가 아니라 거래 환경의 구조 변화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음 회차
3부에서는 이 표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미국의 시장구조법이 왜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를 배경-쟁점-전망 순으로 풀어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시리즈: 코인 법안 따라잡기 — 미국·EU·한국
미국 시장구조법과 EU MiCA부터 국내 이용자보호법·디지털자산기본법까지, 해외 규제가 한국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투자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한 시리즈입니다.
- 1부코인 규제, 왜 미국을 보면 한국이 보일까
- 2부미국·EU·한국 규제, 한눈에 비교하기 지금 보는 글
- 3부미국 시장구조법(CLARITY), 왜 아직 안 끝났나
- 4부스테이블코인 규제, 미국에서 한국으로
- 5부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실제로 뭐가 바뀌었나
- 6부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무엇이 쟁점인가
- 7부법이 바뀔 때 투자자가 확인할 것들
새 글 받아보기
암호화폐 기초 개념부터 세금·규제까지, 새 글이 올라오면 바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