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법안 6부]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무엇이 쟁점인가
2026년 8월 기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법안이 계류된 상태입니다. 정부는 2026년 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하반기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거래소 인가제 전환·법인의 시장 참여 범위·사업자 손해배상 책임·발행 공시 규제·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라는 다섯 갈래 쟁점이 정리되지 않아 일정이 여러 차례 밀려 왔습니다. 아래 내용은 모두 2026년 8월 기준이며, 입법 상황은 계속 바뀌므로 최신 상태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likms.assembly.go.kr)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코인 법안 시리즈 6부입니다. 5부에서 1단계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무엇을 채웠고 무엇을 비워 뒀는지 봤는데, 그 빈칸을 채우겠다는 것이 바로 이 2단계법입니다.
배경 — 1단계법이 남긴 빈칸
2024년 7월 시행된 1단계법은 이용자 자산 보관과 불공정거래 처벌에 집중했습니다. 거래소가 원화 예치금을 은행에 맡기고 이자를 지급하게 됐고, 시세조종에 형사처벌 근거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누가 코인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코인을 어떤 절차로 발행·상장할 수 있는지, 발행 주체가 무엇을 공시해야 하는지는 법에 없었습니다.
지금 국내 거래소는 인가받은 사업자가 아니라 신고 사업자입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요건을 갖췄다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면 영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신고제와 인가제의 차이를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신고제: 정해진 요건을 갖췄다고 알리면 원칙적으로 영업 가능. 당국은 요건 미비를 이유로 수리를 거부하는 정도의 개입을 합니다.
- 인가제: 당국이 자본금·내부통제·대주주 자격 등을 심사해 “해도 좋다”고 허락해야 영업할 수 있습니다. 은행·증권사가 이 방식입니다.
2단계법의 핵심은 이 문을 신고에서 인가로 바꾸는 것입니다. 자본시장법이 증권시장에 대해 하는 역할을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2025년 6월 10일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대표발의.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계류 중입니다. 의안 원문과 심사 진행 경과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의안명으로 검색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025년 하반기~2026년 상반기 — 당초 목표였던 연내 처리가 무산되고, 정무위 법안심사에서 상정이 여러 차례 미뤄졌습니다.
- 2026년 7월 14일 — 정부 관계부처 합동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 디지털자산 사업의 세분화, 업종별 영업행위 규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담은 기본법 입법 추진과 함께, 현물 ETF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 지원, 2027년 한국은행 CBDC 연계 국채 토큰화 실증사업이 포함됐습니다.
- 2026년 7월 하순 — 금융위원회는 정부안이 사실상 마련돼 있으며 남은 이견을 조율해 신속히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인의 시장 참여 가이드라인도 기본법 입법과 연계해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발의안이 어떤 구조인지도 미리 알아 두면 좋습니다. 발의안은 업종을 나눠 매매업·중개업·보관업은 인가제, 집합관리업·지갑관리업은 등록제를 적용하고, 코인을 자산연동형(스테이블코인)과 일반 디지털자산으로 구분해 전자는 인가제, 후자는 신고제로 발행을 규율합니다. 지금까지 프로젝트가 자율적으로 내던 백서(whitepaper)는 정해진 형식의 발행신고서로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게 되고, 거짓 기재가 있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원 발의안 내용이고, 정부안과 최종 조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쟁점 1 —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위헌 논란
인가제로 전환하면 “누가 거래소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를 심사하게 됩니다. 여기서 논의되는 것이 대주주 지분 제한입니다. 은행처럼 특정 주주가 일정 비율 넘게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인데, 이미 대주주가 높은 지분을 보유한 기존 거래소에 소급 적용하면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제기됩니다. 업계와 당정 사이에 입장 차가 가장 큰 대목 중 하나이고, 법리 검토가 길어지면 그 자체로 입법이 지연되는 요인이 됩니다.
쟁점 2 — 법인은 얼마나 들어올 수 있나
지금까지 국내 코인 시장은 사실상 개인만 참여하는 시장이었습니다. 법인은 거래용 실명계좌를 받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내놓고 단계적 개방 방침을 정했습니다. 1단계 제한적 실증, 2단계 거래와 보관 분리를 위한 공통 내부통제 마련, 3단계 수탁·거래소·은행의 기능 분리, 4단계 펀드·ETF 등 참여주체 확대, 5단계 전통금융과의 연결 순입니다.
현재 논의의 중심은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약 3,500곳에 매매용 실명계좌를 시범 허용하는 단계입니다. 쟁점은 속도와 범위입니다. 법인이 들어오면 시장의 자금 성격과 유동성 구조가 달라지므로, 시세 방향과는 별개로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가 바뀝니다. 다만 이 개방이 기본법과 묶여 있어, 법이 늦어지면 가이드라인도 함께 늦어지는 연쇄 구조입니다.
쟁점 3 — 사고가 나면 거래소가 무조건 배상해야 하나
당국은 2단계법에 무과실 손해배상책임 도입을 검토해 왔습니다. 무과실 책임이란 사업자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을 이용자가 입증하지 못해도 사업자가 배상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해킹이나 전산장애로 손해를 본 이용자가 거래소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서버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는 개인에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입니다.
거래소 쪽은 반대로 면책 범위를 넓혀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공격까지 무조건 책임지게 하면 보험료와 준비금(사고에 대비해 미리 쌓아 두는 돈)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입니다. 이용자 보호와 산업 부담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라 조문 한 줄의 표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쟁점 4 — 발행·공시, 그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금 국내에는 코인 발행자에게 부과되는 공시 의무가 없습니다. 상장기업이라면 분기마다 실적을 공시하고 중요 사항이 생기면 알려야 하지만, 코인 프로젝트는 백서를 스스로 쓰고 스스로 고칠 수 있습니다. 2단계법은 여기에 발행신고서와 정기·수시 공시를 얹으려 합니다. 발행 단계 공시는 금융위원회가, 유통 단계 공시는 거래소가 맡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문제는 여전히 미결입니다. 은행이 지분 50%+1주를 갖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제한할지, 비은행 사업자에게 더 열어 줄지에 대한 정부 입장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쟁점의 배경은 4부에서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넘어갑니다. 토큰증권(증권형 토큰)은 이 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 체계에서 다뤄진다는 점도 구분해 두면 좋습니다(증권토큰화 시리즈).
미국·EU는 같은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나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나라마다 달랐습니다. EU는 암호자산시장법(MiCA)에서 처음부터 포괄 단일법으로 갔습니다.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자(CASP)에 대한 인가제를 두고, 한 회원국에서 인가받으면 EU 전역에서 영업할 수 있게 했으며, 발행자에게는 백서를 당국에 사전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지금 한국이 논의 중인 항목 상당수가 MiCA에는 이미 조문으로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반면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중 누가 관할하느냐부터 정리하지 못해 시장구조법(CLARITY) 논의가 길어졌고, 스테이블코인만 GENIUS Act로 먼저 떼어 처리했습니다(3부, GENIUS Act 정리). 세 지역을 항목별로 나란히 놓은 표는 2부에 있습니다.
한국의 위치는 그 중간입니다. 미국처럼 기관 관할 다툼에 묶여 있지는 않지만, EU처럼 한 번에 포괄 입법을 하지도 못하고 1단계·2단계로 나눠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보호는 미국보다 먼저 갔지만, 발행·상장·공시 규율은 EU보다 2년 이상 늦어진 상태입니다.
전망 —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2026년 8월 시점의 관측은 대체로 “정부안 제출 여부가 9월에 갈린다”는 쪽입니다. 여당 지도부 개편과 당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 재가동을 거쳐 당정 통합안이 나오면 정무위 심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고, 반대로 대주주 지분 제한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처리가 2027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어느 쪽이든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전망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뉴스를 읽을 때 구분해야 할 것은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디지털자산기본법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여러 번 나왔지만, 그 내용은 ①정부의 입법 계획 발표, ②의원 발의, ③정부안 국회 제출, ④정무위 소위 심사, ⑤본회의 통과, ⑥공포 후 시행일 도래로 서로 전혀 다른 단계였습니다. 2026년 8월 현재 확정된 것은 ①과 ②뿐이고, ③조차 아직입니다. 통과되더라도 하위법령 정비와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적용까지는 다시 시간이 걸립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법이 늦어지는 이유가 무관심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점이 오히려 중요합니다. 관심이 없어서 미뤄지는 법은 조용히 통과되지만, 대주주 지분 제한처럼 특정 사업자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조항은 어느 쪽으로 정리되든 시장 구조를 실제로 바꿉니다. 그래서 이 법은 “언제 통과되나”보다 **“어떤 조문으로 통과되나”**를 따라가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인가 요건이 높게 잡히면 중소 거래소가 정리되며 상위 거래소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고, 발행 공시 의무가 촘촘해지면 국내 상장 신규 코인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런 변화는 특정 코인의 가격이 아니라 내가 이용하는 거래소와 상장 종목의 구성을 통해 체감됩니다.
다음 회차
7부에서는 이렇게 법이 바뀌는 국면에서 투자자가 직접 확인해야 할 것들 — 시행일과 유예기간을 원문에서 찾는 법, 미국 법안의 진행 단계를 구분하는 법, 내가 쓰는 거래소가 신고 대상인지 확인하는 법, 규제 뉴스를 사칭한 사기를 거르는 법 — 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시리즈: 코인 법안 따라잡기 — 미국·EU·한국
미국 시장구조법과 EU MiCA부터 국내 이용자보호법·디지털자산기본법까지, 해외 규제가 한국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투자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한 시리즈입니다.
- 1부코인 규제, 왜 미국을 보면 한국이 보일까
- 2부미국·EU·한국 규제, 한눈에 비교하기
- 3부미국 시장구조법(CLARITY), 왜 아직 안 끝났나
- 4부스테이블코인 규제, 미국에서 한국으로
- 5부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실제로 뭐가 바뀌었나
- 6부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무엇이 쟁점인가 지금 보는 글
- 7부법이 바뀔 때 투자자가 확인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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