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법안 5부] 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실제로 뭐가 바뀌었나
가장 크게 바뀐 것 세 가지만 꼽으면 예치금에 이자가 붙게 됐고, 시세조종에 형사처벌 근거가 생겼으며, 거래소가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해 당국에 통보할 의무를 지게 됐다는 점입니다. 2024년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정식 명칭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바뀌지 않은 것도 분명합니다. 이 법은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고, 발행·공시·상장 규제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모두 2026년 8월 기준입니다.
이 글은 코인 법안 시리즈 5부입니다. 앞선 2부 비교표에서 한국이 “투자자 보호는 미국보다 먼저 갔다”고 정리했는데, 그 칸을 실제로 채운 법이 무엇을 바꿨는지 시행 전후로 나눠 확인해 봅니다.
시행 전 · 시행 후 비교표
| 항목 | 시행 전 (~2024.7.18) | 시행 후 (2024.7.19~) |
|---|---|---|
| 예치금(원화) 보관 | 거래소가 자체 계좌에 보관. 별도 예치 의무 없음 | 은행에 예치·신탁하고, 이용자에게 예치금이용료(이자) 지급 의무 |
| 코인 보관 | 자율. 콜드월렛 비율 규정 없음 | 이용자 자산 분리보관 + 일정 비율 이상 인터넷 분리 보관 의무 |
| 해킹·전산장애 대비 | 자율 | 보험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의무 |
|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 아님. 형법상 사기 등으로만 접근 | 1년 이상 징역, 부당이득 3~5배 벌금, 부당이득 2배(또는 40억원 이하) 과징금 |
| 거래소의 시장감시 | 자율 | 이상거래 상시감시 및 금융당국·수사기관 통보 의무 |
| 감독·검사 주체 |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자금세탁방지 중심 신고 관리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검사·제재권 추가 |
| 손실 발생 시 구제 | 민사소송 | 동일. 법이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음 |
| 발행·공시·상장 규제 | 없음 | 여전히 없음. 2단계 법(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이월 |
표에서 굵게 표시한 두 줄이 중요합니다. 이 법의 성격은 “코인 투자에서 손해를 안 보게 해 주는 법”이 아니라 **“거래소를 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을 줄이는 법”**입니다. 근거 법령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법률명으로 검색해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체감되는 변화 세 가지
1. 예치금 이용료 — 눈에 보이는 유일한 변화
법 시행 전 거래소에 원화를 넣어 두면 이자가 붙지 않았습니다. 시행 후에는 거래소가 이용자 원화를 은행에 맡기고 그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예치금이용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거래소 원화 잔고에 예금 이자 비슷한 것이 붙게 된 겁니다.
시행 직후인 2024년 7월 업비트가 처음 공지한 이용료율은 연 1.3%였는데, 이후 거래소 간 경쟁이 붙으면서 올랐습니다. 2026년 8월 초 보도된 집계 기준으로는 빗썸 2.20%, 업비트 2.10%, 코빗 1.90%, 코인원 1.77%, 고팍스 1.50% 수준입니다. 다만 이용료율은 거래소가 수시로 바꾸므로 실제 숫자는 각 거래소 공지사항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숫자로 감을 잡아 보면, 원화 500만원을 거래소에 놀려 두고 있었다면 시행 전에는 1년에 0원이었지만 연 2.0% 기준으로는 세전 10만원 정도가 됩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시행 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던 몫입니다.
2. 시세조종에 형사처벌 근거가 생겼다
시행 전 국내 코인 시장에는 자본시장법 같은 불공정거래 처벌 조항이 없었습니다. 주식이었다면 명백한 시세조종이어도 코인은 사기죄 성립을 따로 입증해야 했고, 그래서 상당수가 처벌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시행 후에는 시세조종,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부정거래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과 부당이득의 35배 벌금이 가능해졌습니다. 부당이득이 5억50억원이면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올라갑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부당이득의 2배(또는 40억원 이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금융위원회 2024년 7월 17일 보도자료).
실적도 쌓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시행 2주년에 맞춰 2026년 7월 16일 공개한 조사 실적에 따르면, 2년간 40여 건의 불공정거래 조사를 마쳐 그중 30여 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했고 혐의자는 25명, 사건당 평균 부당이득은 약 14억원이었습니다. 적발 유형은 짧은 시간에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세조종이 대부분이었고, 사건 한 건에 평균 8개 종목이 동원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당국은 후속 조치로 불공정거래에 이용된 계정·계좌를 즉시 동결하는 지급정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 거래소가 감시자 역할을 떠안았다
시행 후 거래소는 가격·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의심 사례를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8월 22일 발표한 현장점검 자료를 보면 거래소는 가격상승률·거래량 증가율·최고가 변동폭 같은 변수를 모니터링해 의심거래를 추출하고, 검수보고서 → 혐의계정 분석 → 심리보고서 → 당국 통보의 단계를 밟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게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 거래도 감시 대상입니다. 정상적인 매매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여러 계정을 동원한 자전거래처럼 시세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이제 기록으로 남아 걸립니다. 둘째, 급등 종목의 이상 흐름이 예전보다는 사후에 규명될 여지가 생겼습니다. 다만 감시는 사후 적발이지 사전 차단이 아니라는 한계는 그대로입니다.
자산 분리보관과 콜드월렛 보관 의무가 실제로 무엇을 보장하고 무엇은 보장하지 않는지는 거래소가 파산하면 내 코인은 어떻게 되나에서 자세히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넘어갑니다.
바뀌지 않은 것 — 이 법의 경계선
법이 생겼다고 코인 투자가 안전해진 것은 아닙니다.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손실은 보전되지 않습니다. 예금자보호법처럼 일정 금액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없습니다. 보험·준비금 의무는 해킹이나 전산장애 같은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지, 시세 하락이나 프로젝트 실패로 인한 손실과는 무관합니다.
상장과 상장폐지는 여전히 거래소 재량입니다. 어떤 코인을 상장할지, 무엇을 근거로 상장폐지할지에 대한 법적 기준은 이 법에 없습니다. 발행 주체의 공시 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역은 2단계 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넘어갔고, 2026년 8월 현재 아직 제정되지 않았습니다(6부에서 다룹니다).
해외 거래소는 사각지대입니다. 이 법은 국내 신고 사업자에게 적용됩니다. 미신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다 생긴 문제는 국내 당국의 감독 범위 밖입니다. 실제로 FIU는 2026년 6월에도 미신고 불법 거래소 12곳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 사례가 시리즈 가설에 던지는 반례
이 시리즈는 “한국 규제는 해외, 특히 미국 흐름을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는 가설을 검증 대상으로 놓고 왔습니다. 스테이블코인(4부)에서는 가설이 꽤 들어맞았지만, 이용자보호법은 선명한 반례입니다.
이유는 입법 동기에 있습니다. 이 법은 해외 제도를 이식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실제로 터진 사고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2022년 테라·루나 붕괴로 국내 투자자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거래소 예치금 관리와 상장·상장폐지 절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단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처벌부터 먼저 만들자”는 결론이 나온 겁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 미국에는 이에 대응하는 연방 차원의 이용자 보호 법제가 없었고, 2026년 8월 현재도 시장구조법 논의에 묶여 있습니다(3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규제가 해외를 따라가는지 여부는 그 규제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시장 구조를 새로 설계하는 규제(스테이블코인, 증권성 분류, 사업자 인가 체계)는 앞서간 나라의 틀을 참고할 유인이 큽니다. 반면 자국에서 터진 사고에 대응하는 규제는 국내 사정을 따라 독자적으로 만들어집니다. “미국에서 이런 법이 통과됐으니 한국도 곧”이라는 뉴스를 읽을 때, 그 법이 어느 쪽인지 구분해 보면 예측이 훨씬 정확해집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법의 진짜 효과는 시행 첫날이 아니라 지금처럼 2년치 집행 실적이 쌓인 뒤에 드러납니다. 법 조문이 생기는 것과 실제로 조사·고발이 이뤄지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40여 건 조사·30여 건 고발이라는 숫자는 조문이 장식이 아니었다는 점은 보여 줍니다. 동시에 사건당 평균 부당이득 14억원이라는 규모는 시장에 아직 그만한 유인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음 회차
6부에서는 이 법이 비워 둔 칸 — 거래소 인가제 전환, 법인 참여 범위, 발행·공시 규제 — 을 채우려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쟁점을 배경-쟁점-전망 순으로 살펴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시리즈: 코인 법안 따라잡기 — 미국·EU·한국
미국 시장구조법과 EU MiCA부터 국내 이용자보호법·디지털자산기본법까지, 해외 규제가 한국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투자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한 시리즈입니다.
- 1부코인 규제, 왜 미국을 보면 한국이 보일까
- 2부미국·EU·한국 규제, 한눈에 비교하기
- 3부미국 시장구조법(CLARITY), 왜 아직 안 끝났나
- 4부스테이블코인 규제, 미국에서 한국으로
- 5부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실제로 뭐가 바뀌었나 지금 보는 글
- 6부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무엇이 쟁점인가
- 7부법이 바뀔 때 투자자가 확인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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