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법안 3부] 미국 시장구조법(CLARITY), 왜 아직 안 끝났나
미국 시장구조법(CLARITY Act)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는 법안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코인을 누가 관할하느냐”를 정하는 일이 기관 권한을 재배분하는 정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7월 하원을 294 대 134로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대통령·고위공직자의 코인 이익 제한 조항을 두고 여야가 부딪히면서 1년 넘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26년 8월 8일 상원이 절차 표결(cloture)을 걸어 두고 휴회에 들어갔고, 첫 표결은 9월 15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모두 2026년 8월 11일 기준이며, 입법 상황은 계속 바뀌므로 판단 전에는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시리즈 전체 지도는 1부, 세 지역 비교는 2부에 있습니다.
배경: 문제는 “새 법”이 아니라 “관할”이었다
미국에서 금융상품을 감독하는 기관은 크게 둘입니다. 주식·채권 같은 증권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선물·옵션 같은 상품 파생거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맡습니다. 이 구도는 1930~1970년대에 만들어졌고, 그때는 코인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코인이 둘 중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어떤 자산이 증권인지를 판단할 때 오래된 판례 기준(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를 보는 이른바 하위 테스트)을 씁니다. 남이 사업을 굴려서 내 몫의 수익을 만들어 주는 구조라면 증권으로 봅니다. 그런데 코인은 처음 발행될 때는 개발팀이 로드맵을 내걸고 돈을 모으는 모습이라 증권처럼 보이고, 몇 년 뒤 네트워크가 자율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증권 같지 않아집니다. 같은 자산이 시간에 따라 성격이 바뀌는 셈입니다.
이 애매함이 그대로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SEC와 개별 프로젝트 사이의 분쟁이 반복되면서, 사업자는 “내가 무슨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자체를 몰라 미국 밖으로 나가고, 투자자는 상장·거래 여부가 소송 결과에 따라 흔들리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시장구조법의 출발점은 여기입니다. 새로운 규제를 얹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코인이 SEC 관할이고 어떤 코인이 CFTC 관할인지 선을 그어 주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GENIUS Act)는 2025년에 이미 끝냈으면서 시장 전체의 규칙은 아직 못 만든 이유도, 스테이블코인은 관할 다툼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왔나: 단계별 진행 상황
미국 법안은 “통과”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면 상황을 오해하게 됩니다. 하원 통과, 상원 위원회 통과, 상원 본회의 통과, 대통령 서명·발효가 전부 다른 단계이고, 각각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 단계 | 시점 | 결과 |
|---|---|---|
| 하원 본회의 통과 | 2025년 7월 17일 | 찬성 294 · 반대 134로 가결(하원 서기국 표결 기록 Roll Call 199) |
| 상원 은행위원회 통과 | 2026년 5월 14일 | 찬성 15 · 반대 9. 민주당 일부 찬성 |
| 상원 본회의 절차 표결 | 2026년 9월 15일 예정 | 8월 8일 절차 표결 요구서 제출 후 휴회 |
| 대통령 서명·발효 | 미정 | 상원 통과가 선행되어야 함 |
하원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70명 이상이 찬성으로 넘어와, 한 원(院)을 통과한 가상자산 법안 중 가장 초당적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상원 은행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소속 루벤 가예고·앤절라 알소브룩스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즉 “찬반이 정당별로 딱 갈려서 막힌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미국 상원 특유의 문턱을 하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원에서는 법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려면 먼저 토론을 종결하는 절차 표결을 통과해야 하는데, 여기에 100석 중 60표가 필요합니다. 다수당 의석만으로는 부족해서 반대편 표를 끌어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9월 15일 표결은 법안 자체를 최종 확정하는 표결이 아니라, 이 문을 여는 표결입니다.
쟁점: 무엇 때문에 멈춰 있나
1. 고위공직자 코인 이익 제한 조항
가장 큰 걸림돌은 법안 본체가 아니라 윤리 조항입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가 재임 중 가상자산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어디까지 제한할지가 쟁점입니다. 2026년 7월 22일 상원 공화당이 이 조항을 처음 포함한 수정안을 공개했지만 민주당은 몇 시간 만에 “범위가 좁다”며 거부했습니다. 코인의 성격을 정의하는 기술적 조항이 아니라 이 대목이 실제 협상의 중심에 있습니다.
2. 자금세탁·법집행 관련 권한
익명성이 높은 거래를 어디까지 추적할 수 있게 할지, 개발자에게 어느 범위까지 의무를 지울지도 남은 쟁점입니다. 강하게 잡으면 프라이버시와 오픈소스 개발이 위축되고, 느슨하게 두면 제재 회피 통로가 된다는 반론이 맞섭니다.
3. 스테이블코인 이자·리워드 취급
GENIUS Act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는 정리됐지만,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나 리워드를 주는 행위를 허용할지는 남았습니다. 은행권은 예금이 빠져나간다며 반대하고, 업계는 이용자 혜택이라고 주장합니다.
4. 일정이라는 현실적 제약
내용 합의와 별개로 시간 자체가 부족합니다. 상원은 예산·인준 등 우선순위 안건에 시간을 쓰고 있고, 미국 의회는 2년 회기가 끝나면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 자동 폐기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2026년 안에 상원 본회의와 하원과의 문안 조정까지 마치지 못하면 이 법안은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7월 말 상원 지도부가 “여름 휴회 전 처리는 어렵다”고 밝힌 뒤 8월 8일에야 절차 표결을 걸어 둔 것도, 최소한 재개 시점을 못 박아 폐기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전망: 세 갈래 시나리오
첫째, 9월 15일 절차 표결에서 60표를 확보하고 수정 협상을 거쳐 상원을 통과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도 하원이 통과시킨 문안과 상원 문안이 달라 조정 절차가 남습니다. 둘째, 절차 표결이 부결되거나 표결이 다시 미뤄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협상은 이어지겠지만 회기 종료 압박이 커집니다. 셋째, 회기 안에 마무리하지 못해 다음 회기에 다시 발의되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일정이 잡혔다는 사실 자체를 통과와 같은 것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9월 15일 표결은 “논의를 시작해도 되는가”를 묻는 절차이고, 그 이후에도 수정안 표결·최종 표결·양원 문안 조정·서명이라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진행 상황은 미국 의회 의안 정보 사이트(congress.gov)에서 의안 번호 H.R. 3633으로, 표결 기록은 하원 서기국(clerk.house.gov)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논의에는 어떤 참고가 되나
이 회차가 시리즈의 가설 — “한국 규제는 해외, 특히 미국 흐름을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 을 검증하기에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서는 한국이 미국을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이미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해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처벌을 먼저 깔았고, 지금은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을 논의 중입니다. 미국이 아직 “관할부터 정하자”에 머물러 있는 사이 한국은 다른 순서로 먼저 움직인 셈입니다. 증권성 판단 기준에서는 미국 논의가 국내 토큰증권 규율에 영향을 준 면이 있지만(증권토큰화 3부 참고), 시장구조 전반에서는 단순한 시차 추종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참고가 됩니다. 미국이 1년 넘게 붙잡혀 있는 지점이 기술적 정의가 아니라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2단계 법에서도 거래소 인가제 전환, 법인 참여 허용 범위, 사업자 손해배상 책임 같은 쟁점은 결국 누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느냐의 문제입니다. 미국 사례는 이런 조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곧 통과된다”는 뉴스를 여러 번 본 뒤에도 실제로는 안 끝나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법안을 볼 때 적절한 질문은 “통과되면 시세가 어떻게 되나”가 아니라 **“통과되면 내 거래 환경의 무엇이 바뀌나”**입니다. 관할이 정리되면 미국에서 상장·거래 가능한 자산의 범위와 사업자가 지켜야 할 공시·보관 의무가 명확해지고, 이는 글로벌 거래소의 서비스 정책을 통해 국내 이용자에게도 간접적으로 닿습니다. 반대로 관할이 계속 불투명하면 특정 자산의 취급 여부가 소송 결과에 따라 흔들리는 상태가 이어집니다. 실제로 바뀌는 것은 거래 환경의 구조이지, 특정 날짜의 가격이 아닙니다. 규제 뉴스가 상장·거래 조건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회차
4부에서는 미국 GENIUS Act가 정한 스테이블코인 규칙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발행 주체를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시각 차이를 질문 형태로 풀어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시리즈: 코인 법안 따라잡기 — 미국·EU·한국
미국 시장구조법과 EU MiCA부터 국내 이용자보호법·디지털자산기본법까지, 해외 규제가 한국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투자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한 시리즈입니다.
- 1부코인 규제, 왜 미국을 보면 한국이 보일까
- 2부미국·EU·한국 규제, 한눈에 비교하기
- 3부미국 시장구조법(CLARITY), 왜 아직 안 끝났나 지금 보는 글
- 4부스테이블코인 규제, 미국에서 한국으로
- 5부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실제로 뭐가 바뀌었나
- 6부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무엇이 쟁점인가
- 7부법이 바뀔 때 투자자가 확인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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