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ITY 수정안 630쪽, 표결 5일 전 원문을 열어봤다

웨일로그 편집팀

미국 시장구조법(CLARITY)의 수정안 전문이 2026년 9월 10일(미국 동부시간) 공개됐습니다. 이것은 새로 발의된 법안이 아니라, 2025년 7월 하원을 통과한 H.R. 3633의 본문을 통째로 갈아끼우는 대체 수정안(amendment in the nature of a substitute)이고, 분량은 630쪽입니다. 상원의 첫 절차 표결은 9월 15일로 잡혀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2026년 9월 11일 오전(한국시간) 기준이며, 원문 PDF를 직접 내려받아 확인한 사실과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구분해 적었습니다. 법안의 배경과 그동안의 쟁점은 코인법안 3부: 미국 시장구조법(CLARITY), 왜 아직 안 끝났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무엇이 공개된 것인가 — 문서 첫 장이 알려 주는 것

공개 주체는 상원 은행위원회 디지털자산 소위원장인 신시아 루미스 의원실입니다. 의원실 보도자료(2026년 9월 10일자, 워싱턴 D.C.)는 첫 문장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U.S. Senate Banking Digital Assets Subcommittee Chair Cynthia Lummis (R-WY) released updated text for the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as the Senate prepares to vote on the bill next Tuesday, September 15th.”

보도자료에 걸린 링크를 따라가면 lummis.senate.gov에 올라온 PDF 원문(문서번호 EHF26718)이 나옵니다. 이 문서를 내려받아 확인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총 630쪽. PDF의 페이지 객체를 세어 확인했습니다. 언론이 보도한 “630쪽”과 일치합니다.
  • 표제지에 AMENDMENT IN THE NATURE OF A SUBSTITUTE, 그 아래 Purpose: In the nature of a substitute.라고 적혀 있습니다.
  • 본문 첫 문장은 Strike all after the enacting clause and insert the following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제정 조항 뒤를 전부 삭제하고 다음을 넣는다”는 뜻입니다.
  • 상단에 IN THE SENATE OF THE UNITED STATES—119th Cong., 2d Sess.와 H. R. 3633이 병기돼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갑니다. 이것은 “새 법안 발의”가 아니라 이미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올라와 있는 법안의 내용을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국내 보도에서 “새 버전 공개”라고 옮기다 보면 마치 별개의 법안이 하나 더 생긴 것처럼 읽히는데, 절차상으로는 여전히 H.R. 3633 한 건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630쪽은 어떻게 나뉘어 있나

원문의 목차와 각 편(Division)이 시작되는 쪽을 직접 확인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편 제목 조 번호 시작 쪽
Division A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소관 10001부터 11005까지 5쪽
Division B 디지털상품 중개업자법 20001부터 20219까지 387쪽
Division C 윤리 요건 30101부터 30106까지 617쪽
Division D 시행일 40101 629쪽

증권(SEC) 쪽 규율이 Division A에, 상품(CFTC) 쪽 규율이 Division B에 들어가 있는 구조입니다. 두 편을 합치면 616쪽으로 전체의 98%에 해당하고, 정치적으로 가장 시끄러웠던 윤리 조항은 617쪽부터 629쪽까지 13쪽입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갔다고 밝힌 세 가지

의원실 보도자료는 이번 수정에서 달라진 점으로 세 가지를 열거했습니다. 원문에서 해당 조문을 찾아 확인한 결과를 함께 적습니다.

첫째, “탈중앙화되지 않은 금융 거래 프로토콜”의 등록 의무입니다. 보도자료는 “non-decentralized finance (DeFi) protocols”가 언제 CFTC에 등록하고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 적용을 받는지에 관한 조항을 넣었다고 밝혔습니다. 원문 166쪽의 제10301조 제목이 그대로 RULEMAKING ON APPLICATION OF EXISTING SECURITIES INTERMEDIARY REQUIREMENTS AND EXISTING BANK SECRECY ACT REQUIREMENTS TO NON-DECENTRALIZED FINANCE TRADING PROTOCOLS이고, Division B에도 제20209조 Software developer protections and non-decentralized finance trading protocols가 있습니다.

이 낯선 용어를 풀면 이렇습니다. 법안은 167쪽에서 “탈중앙화되지 않은 DeFi 거래 프로토콜”을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로 정의합니다. ①특정인 또는 함께 움직이기로 한 집단이 프로토콜의 기능·운영·합의 규칙을 통제하거나 실질적으로 바꿀 권한을 가진 경우, ②소스코드에 미리 박아 둔 투명한 규칙만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③특정인이 프로토콜을 통해 이용을 제한·검열·금지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168쪽에는 예외도 붙어 있습니다. 탈중앙 거버넌스(투표) 구조 자체는 “함께 움직이는 집단”으로 보지 않고, 사고 대응·보안 협의체에 참여한 것만으로는 통제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름은 DeFi인데 실제로는 누군가가 스위치를 쥐고 있는 서비스”를 가려내서 그쪽에만 등록·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우겠다는 설계입니다. 완전히 코드로만 굴러가는 프로토콜과 운영 주체가 뒤에 있는 프로토콜을 같은 칸에 넣지 않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어느 쪽인지를 판정하는 일은 결국 규칙 제정과 집행의 몫으로 남습니다.

둘째, DeFi 조항의 적용 범위를 현물·현금 디지털상품 거래로 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자료는 이것이 예측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부족(tribal) 측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원문 전체 검색에서 “prediction market”이라는 표현 자체는 찾지 못했습니다. 한정의 취지가 조문 어느 부분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이번 확인에서 특정하지 못했고, 추측으로 메우지 않겠습니다.

셋째, 신용협동조합의 디지털자산 업무 권한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원문 210쪽에 연방 신용협동조합·부보 신용협동조합의 정의를 연방신용협동조합법에서 끌어오는 조항이 있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윤리 조항: 무엇을 금지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인가

이번 수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Division C입니다. 내용 자체보다 시간 설계가 그렇습니다.

제30101조는 미국 법전 제5편 제131장에 “디지털자산 윤리 요건”이라는 하위 장을 새로 넣습니다. 핵심은 619쪽의 제13152조로, 대상자(covered individual)가 대가를 받고 디지털자산을 발행하거나 후원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위반해 발행·후원된 자산은 디지털자산 중개업자에서 거래 목적으로 상장될 수 없습니다(620쪽). 이미 보유한 것은 백지신탁에 넣거나 처분하면 되는 안전장치도 있습니다.

대상자의 범위는 617쪽과 618쪽에 정의돼 있습니다. “공직자 또는 피용자”와 그 배우자이고, 공직자의 범위는 미국 법전 제5편 제13103조 (f)항을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그 조항을 미 하원 법전 사이트(uscode.house.gov)에서 직접 확인해 보니 첫 두 항목이 (1) 대통령, (2) 부통령입니다. 즉 문언상 대통령과 그 배우자도 대상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같은 편의 뒷부분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 제30104조(시행일, 628쪽) — 이 편은 제정일로부터 360일이 지난 날, 또는 제10102조(b)에 따른 최종규칙이 관보에 실린 뒤 60일이 지난 날 중 이른 날에 시행됩니다. 그리고 시행일 이후의 행위에만 적용됩니다.
  • 제30105조(일몰, 629쪽) — 제30101조와 그에 따른 개정은 2029년 1월 20일 정오 이후 효력을 잃습니다. 게다가 그날 이전에 벌어진 행위에 대해서는 일몰 이후 어떤 벌칙·몰수·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못박아 두었습니다.

2029년 1월 20일 정오는 미국 대통령 임기가 바뀌는 시점입니다. 법이 언제 제정될지 아직 모르니 정확한 기간을 계산할 수는 없지만, 시행까지 최장 360일이 걸리고 2029년 1월에 사라지는 구조라면 실제로 적용되는 창은 길어야 1년 남짓입니다. 민주당 측이 윤리 조항을 두고 계속 불충분하다고 보는 배경으로 언론(더블록·폴리티코 보도)이 지목하는 지점도 이 부근입니다. 다만 표결 결과나 협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여기서는 조문이 그렇게 쓰여 있다는 사실만 적습니다.

초보 투자자에게 이게 왜 중요한가

미국 법안 이야기가 국내 투자자와 무슨 상관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연결 고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떤 코인을 어느 기관이 맡느냐가 정해져야 미국 거래소가 무엇을 상장할 수 있는지, 어떤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그 선이 소송으로 하나씩 그어지고 있어서, 특정 코인의 미국 내 취급이 판결에 따라 흔들립니다. 법으로 선을 그으면 그 불확실성이 줄어듭니다. 미국 시장의 규칙은 글로벌 유동성과 상장 관행을 통해 국내 시세에도 간접적으로 닿습니다.

다른 하나는 속도입니다. Division D 제40101조는 이 법이 제정일로부터 360일 뒤에 시행되고, 규칙 제정이 필요한 조항은 최종규칙 공포 60일 뒤에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설령 이번에 통과되더라도 당장 무엇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법안 통과 소식을 곧바로 시장 재료로 환산하는 습관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발의, 표결, 제정, 시행은 전부 다른 단계이고, 이 법안은 그 마지막 칸까지 최소 1년을 더 잡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일정과 관전 포인트

  • 9월 15일(화) 상원 절차 표결. 의원실 보도자료가 직접 명시한 날짜입니다. 이 표결은 법안을 본회의에서 다룰지 여부를 정하는 절차이고, 통과한다고 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 표결 결과와 함께 볼 것은 찬성 표의 구성입니다. 루미스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민주당 동료들의 요청으로 114개가 넘는 조항을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그 조항들이 실제로 반대표를 돌려세웠는지는 표결 전까지 확인되지 않습니다.
  • 윤리 조항 관련 추가 수정안이 나오는지. 일몰·시행일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는지가 협상의 실제 온도를 보여 줄 대목입니다.
  • SEC의 크립토 자산 규정안 의견 접수 마감(10월 20일). 법안이 멈추더라도 규칙 제정은 따로 굴러갑니다. 루미스 의원도 보도자료에서 “CFTC와 SEC는 클래리티법이 있든 없든 디지털자산 규칙을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규정안 내용은 SEC 크립토 자산 규정안 Q&A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도 밝혀 둡니다. 법안의 공식 절차 이력을 보려고 congress.gov의 H.R. 3633 페이지에 접근했으나 403 응답으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 적은 절차 관련 내용은 의원실 보도자료와 원문 표제지에서 확인한 범위이며, 상원 의사일정에 실제로 어떻게 등재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 글은 수정안 원문의 구조와 일부 조문을 확인한 것이지 630쪽 전체를 검토한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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