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MiCA, 만든 지 2년 만에 다시 손보는 이유

웨일로그 편집팀

결론부터 말하면, EU는 MiCA를 개정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개정이 필요한가”를 묻고 있는 단계입니다. 유럽집행위원회가 2026년 5월 20일 MiCA 검토를 위한 타깃 컨설테이션(특정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을 열었고, 의견 접수 마감은 **2026년 9월 30일 23:59(CEST)**입니다. 당초 8월 31일이었다가 6월 말에 한 달 연장됐습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이며, 아직 마감 전이라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개정안이 나왔다”가 아니다

이 대목은 국내 기사에서 자주 뭉개지는 부분이라 먼저 못 박아 두겠습니다. 지금 공개된 문서는 법 개정안이 아니라 질문지입니다. 집행위가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려 한다”고 제안한 것이 아니라, “이 부분이 지금 잘 작동하고 있느냐”를 업계와 감독당국에 물어보는 설문입니다. 대상도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암호자산 사업자·발행사, 각국 감독기구, 중앙은행, 재무부 같은 전문 집단입니다.

근거는 MiCA 자체에 들어 있는 검토 의무입니다. MiCA 제140조 제1항은 집행위가 2027년 6월 30일까지 이 법의 적용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유럽의회와 이사회에 제출하고, 필요하면 입법 제안을 함께 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142조는 MiCA가 다루지 않은 영역의 시장 변화에 대해 별도로 보고하도록 한 조항입니다. 즉 이번 의견수렴은 돌발 대응이 아니라 법을 만들 때 이미 예약해 둔 정기 점검입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점 무슨 일
2026년 5월 20일 집행위 타깃 컨설테이션 개시
2026년 9월 30일 의견 접수 마감(8월 31일에서 연장)
2027년 6월 30일 집행위 보고서 제출 기한(MiCA 제140조)
그 이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실제 개정 입법안 발의

법이 바뀌는 시점을 굳이 앞당겨 상상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첫 칸에 있습니다.

7월 1일 경과기간 종료와 혼동하지 마세요

2026년 7월 1일부로 EU에서 인가 없이 영업하던 기존 사업자들의 경과기간(그랜드파더링)이 끝난 것과 이번 검토는 전혀 다른 사안입니다. 경과기간 종료는 개정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원래 MiCA에 적혀 있던 일정이고, ESMA가 2026년 4월에 연장하지 않겠다고 확인했을 뿐입니다. 이 내용은 미국·EU·한국 규제 비교표에 이미 정리해 두었습니다.

두 사건이 같은 해에 몰려 있어서 “EU가 MiCA를 뒤엎는다”는 식으로 섞여 전달되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이미 정해진 일정의 집행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시작도 안 한 검토입니다.

무엇을 묻고 있나 — 4개 파트

공식 질문지는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파트 1: 적용 범위와 정의. 첫 질문부터 근본적입니다. 주식·채권처럼 금융상품에 해당하는 토큰은 지금처럼 기존 증권법(MiFID 등)이 규율하게 둘지, 아니면 블록체인에 기록·거래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전부 MiCA로 끌어올지를 묻습니다. 전통 금융기관이 코인 서비스로 들어오고 코인 사업자가 금융상품으로 넘어가면서 경계가 흐려진 현실을 반영한 질문입니다.

파트 2: 스테이블코인(ART·EMT)과 발행사. MiCA는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참조토큰(ART)과 전자화폐토큰(EMT)으로 나눠 규율하는데, 준비금(발행량만큼 실제로 쌓아 둬야 하는 자산), 상환권(보유자가 언제든 액면가로 돌려받을 권리), 위기 대응 조치가 적정한지를 묻습니다. 눈에 띄는 항목이 이자 금지 규정입니다. 현재 MiCA는 ART(제40조)와 EMT(제50조) 모두에 대해 발행사·판매사·사업자가 이자나 이자에 준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질문지는 이 금지를 유지할지 조건부로 허용할지를 직접 선택지로 제시합니다.

파트 3: 사업자(CASP) 체계. MiCA 제3조 16항이 열거한 암호자산 서비스 목록이 시장을 충분히 담고 있는지, 주문 접수·집행 같은 서비스에 적합성 테스트를 도입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가 없이 EU 고객에게 영업하는 역외 사업자를 어떻게 막을지를 묻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사업자에 대한 감독체계 자체는 별도 패키지(MISP)에서 다루기 때문에 이번 컨설테이션 범위에서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파트 4: MiCA가 비워 둔 영역. 실질적으로 가장 넓은 부분입니다. 디파이(중개자 없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금융 프로그램 — MiCA는 “완전히 분산된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뒀습니다), 스테이킹·대출·차입, NFT, 예측시장과 무기한선물, 토큰화 예금, 토큰의 법적 성격과 국제사법 문제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쟁점: 역외 스테이블코인에 문을 열어 줄 것인가

파트 2에서 가장 논쟁적인 항목은 동등성 체제(equivalence regime) 도입 여부입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EU 밖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유럽 이용자에게 다가가려면 사실상 EU 안에 법인을 세우고 MiCA 기준을 직접 맞춰야 합니다. 동등성 체제는 “그 나라 규제가 우리와 견줄 만하면 그 나라 감독을 인정해 주자”는 방식입니다.

이 논의는 한동안 언론 보도로만 돌았지만, 공식 질문지에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질문 40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동등성 체제를 도입할 실익이 있는지를 세 개 선택지로 묻고, 질문 41은 도입한다면 상대국 규제에 어디까지 의존할지, 그 대가로 양쪽 발행사가 어떤 권리를 얻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미국이 GENIUS Act로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먼저 완성한 상황(관련 글)에서 EU가 이 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유럽 접근성을 좌우하는 문제입니다.

이 사안이 국내 투자자에게 갖는 의미

솔직히 말해 이번 의견수렴은 한국 투자자의 오늘 거래 환경을 직접 바꾸지 않습니다. 그래도 짚어 둘 값이 있는 이유는 규제를 바라보는 시간 감각 때문입니다.

EU는 2023년에 세계 최초의 포괄 단일법을 만들고 2024년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전면 시행 1년여, 경과기간 종료 직후에 벌써 “이 법이 여전히 목적에 맞는가”를 공식적으로 되묻고 있습니다. 그것도 적용 범위,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사업자 서비스 목록처럼 법의 뼈대에 해당하는 항목들을 말이죠. 가장 앞서 갔다는 평을 받은 법조차 이렇습니다.

이 관점은 국내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관련 글). 법안이 완벽하게 다듬어져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일단 통과되면 이제 규칙이 확정됐다고 여기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규제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완성품이 아니라 시행하면서 계속 고쳐 쓰는 물건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실전적인 태도는 “언제 최종 확정되나”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쓰는 거래소와 자산이 지금 어느 규율 아래 있고 다음 점검 시점이 언제인지를 그때그때 확인하는 쪽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

9월 30일 마감 이후 나올 것은 개정안이 아니라 의견 요약과 후속 검토입니다. 실제 조문이 움직이는지는 2027년 6월 30일 보고서에 입법 제안이 붙는지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중간에 특정 쟁점만 떼어내 먼저 처리하는 경우도 있으니, 동등성 체제나 이자 금지처럼 업계 관심이 큰 항목은 별도 움직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확인은 유럽집행위원회 금융 부문 공식 사이트(finance.ec.europa.eu)의 해당 컨설테이션 페이지에서 직접 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질문지 원문 PDF와 마감일, 근거 조항이 모두 그 페이지에 게시돼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사업자 규율의 세부 기준은 ESMA(europa.eu)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차 기사만 보면 “개정 확정”과 “검토 착수”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중요한 판단을 할 때는 원문 한 단계까지 내려가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