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분류 4부] 에어드랍·스테이킹·채굴은 증권 거래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2026년 3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공동 해석은 에어드랍·프로토콜 채굴·프로토콜 스테이킹·래핑을 원칙적으로 증권 거래로 보지 않는다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는 무조건이 아니라 조건부입니다. 해석은 리스테이킹, 수익률을 보장하는 위탁 스테이킹처럼 다른 누군가의 판단과 약속이 끼어드는 구조는 이 정리에서 일부러 빼놓았습니다. 아래는 2026년 8월 21일 기준 내용입니다.
1부에서 이 해석의 배경을, 2부에서 5개 범주가 갈리는 기준을, 3부에서 개별 자산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다뤘습니다. 이번 회차는 자산이 아니라 행위를 봅니다. 코인을 보유하는 것 말고 그 코인으로 하는 일들 — 공짜로 받고, 맡겨서 보상을 받고, 장비를 돌려 보상을 받고, 다른 체인에서 쓰려고 형태를 바꾸는 일 — 이 각각 증권 거래에 해당하는지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배경 — 3년 사이에 세 번 바뀐 태도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봐야 합니다.
1단계: 집행조치의 시기(2023년). 2023년 2월 9일 SEC는 거래소 크라켄(Payward Ventures 등)의 스테이킹 대행 서비스(staking-as-a-service)를 미등록 증권 판매로 보고 제재했습니다. 크라켄은 3,000만 달러를 내고 미국 내 해당 서비스를 접었습니다(SEC 보도자료 2023-25). 넉 달 뒤인 2023년 6월에는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도 스테이킹 서비스가 쟁점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논리는 간명했습니다. 이용자가 코인을 맡기면 거래소가 알아서 굴려 수익을 만들어 준다 — 그럼 그건 “남의 노력으로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 즉 투자계약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당시 제재 대상은 블록체인 프로토콜 자체의 스테이킹이 아니라 그것을 대행해 주는 상품이었습니다. 이 구분은 뒤에서 다시 핵심이 됩니다.
2단계: 후퇴와 직원 의견의 시기(2025년). 2025년 2월 27일 SEC는 코인베이스 소송을 취하했습니다(보도자료 2025-47). 여러 주(州) 정부가 낸 유사 소송도 잇따라 철회됐습니다. 이어 SEC 기업금융국(Division of Corporation Finance)이 2025년 5월 29일 프로토콜 스테이킹에 대해, 8월 5일에는 유동성 스테이킹(liquid staking)에 대해 “증권의 매도·매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다만 이것들은 위원회의 결정이 아니라 담당 부서 직원의 의견이라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실제로 캐럴라인 크렌쇼 위원은 5월 성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시장에서는 “그래서 이게 구속력이 있느냐”는 물음이 계속 남았습니다.
3단계: 위원회 차원의 해석(2026년). 그리고 2026년 3월 17일, 이번에는 SEC 위원회 명의의 해석(Interpretive Release 33-11412)이 나왔습니다. 3월 23일 연방관보 게재로 시행됐고(91 Fed. Reg. 13714, 문서번호 2026-05635), 같은 날 CFTC도 맞물리는 가이던스(보도자료 9198-26)를 냈습니다. 앞의 직원 성명들이 다뤘던 내용이 위원회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무게가 달라진 것입니다.
쟁점 1 — 에어드랍: “돈을 낸 적이 없다”는 것이 핵심
에어드랍은 프로젝트가 특정 조건을 만족한 지갑에 토큰을 무상으로 뿌리는 것을 말합니다. 해석은 받는 사람이 그 대가로 돈·물건·서비스 무엇도 내지 않았다면 증권 거래가 아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증권성 판단의 기준인 하위 테스트(Howey Test)는 네 가지 요건 중 첫 번째로 “돈을 투자했을 것”을 요구하는데, 공짜로 받았다면 이 첫 관문부터 통과하지 않습니다. 나머지를 따질 필요도 없이 투자계약이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해석이 명시한 단서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받는 사람이 대가를 협상하거나 스스로 제공하기로 선택한 경우는 제외됩니다. 이름만 에어드랍이고 실질은 판매인 구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시점이 갈림길입니다. 에어드랍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그 코인을 사거나 써 온 이력은 “에어드랍의 대가”로 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 “받으려면 얼마어치를 사라”, “이 상품을 결제해라”, “이 과제를 수행해라” 같은 조건을 걸고 그것을 이행했다면, 그때는 투자 요건이 채워져 증권 거래가 될 수 있습니다.
- 받은 뒤 파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해석은 에어드랍으로 받은 자산을 2차 시장에서 현금화하는 행위, 특히 발행자가 같은 자산을 유료로도 팔았던 경우에는 등록 의무 문제가 따로 생길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쟁점 2 — 채굴과 스테이킹: “남이 벌어 준 돈이 아니라 내가 한 일의 대가”
이 두 가지는 해석이 사실상 같은 논리로 묶어 정리했습니다.
프로토콜 채굴(작업증명 네트워크에서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해, 해석은 참여자가 자기 자신의 노력과 자원(연산 능력)에 기대고 있으며 받는 보상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지 남의 경영 노력에서 나온 이익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증권 거래가 아닙니다. 해석은 이 대목에서 혼자 하는 채굴과 채굴풀에 참여하는 채굴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프로토콜 스테이킹(지분증명 네트워크에 코인을 묶어 검증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해석이 증권 거래가 아니라고 본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직접 스테이킹 — 본인이 검증자를 운영하는 경우
- 위임 스테이킹 — 검증자를 고르되 결정권은 본인이 쥐는 경우
- 위탁·유동성 스테이킹 중 단순한 형태 — 수탁자나 유동성 스테이킹 사업자가 자산을 보관·중계할 뿐 재량으로 굴리지 않는 경우
채굴·스테이킹의 기본 구조 자체가 낯설다면 스테이킹과 채굴의 차이를 비교한 글을 먼저 보셔도 좋습니다.
여기서 빠진 것들 — 이 회차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
해석은 다음 네 가지를 이 정리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했습니다. “증권이다”라고 못 박은 것이 아니라 “여기에는 답을 주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고, 그래서 종전의 판단 틀로 각자 따져야 하는 영역으로 남았습니다.
- 리스테이킹(restaking) — 이미 스테이킹한 자산을 다른 시스템에까지 겹쳐 활용하는 구조
- 재량이 있는 위탁 스테이킹 — 수탁자가 스테이킹 여부·시점·규모를 알아서 정하는 경우
- 보상을 보장하는 구조 — 수탁자나 유동성 스테이킹 사업자가 “연 몇 %“를 약속하는 경우
- 수익을 얹는 구조 — 유동성 스테이킹 증표 토큰으로 프로토콜 보상 이상의 추가 수익을 내게 하는 경우
네 가지의 공통점이 보이실 겁니다. 전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판단이나 약속이 수익 구조에 끼어드는 형태입니다. 2023년 크라켄 제재의 대상이었던 것도 정확히 이 유형이었습니다. 즉 해석은 스테이킹 전반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을 직접 상대하는 부분과 그것을 상품으로 포장한 부분 사이에 선을 그은 것입니다.
쟁점 3 — 래핑: 형태만 바꾸는 일
래핑(wrapping)은 어떤 체인의 코인을 다른 체인에서도 쓸 수 있게 1대1로 대응하는 토큰으로 감싸는 것을 말합니다.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위에서 쓰려고 만든 WBTC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해석은 다음 조건을 갖추면 증권 거래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래핑된 토큰이 기초자산 1개당 1개의 청구권을 나타낼 것, 그 기초자산 자체가 투자계약의 대상이 아닐 것. 이 경우 래핑은 호환성을 위한 행정적·기계적 절차에 지나지 않으며, 별도의 수익 기대나 남의 경영 노력에 대한 의존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나 — 편집팀의 시각
이 해석을 두고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퍼진 요약은 “미국이 스테이킹과 에어드랍을 허용했다”였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원래 이것들은 금지돼 있던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금지가 아니라 불확실성이었고, 사업자들은 언제 제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미국 내 서비스를 접거나 축소해 왔습니다. 이번 해석의 실질적 효과는 허용이 아니라 그 불확실성의 범위를 좁힌 것입니다.
그리고 좁혔다는 말은 줄어든 만큼 남은 부분은 더 또렷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이 회차의 실용적 결론은 다음 한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수익이 프로토콜에서 나오면 이번 정리 안쪽이고, 수익이 누군가의 약속에서 나오면 바깥쪽이다.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가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시켜 드리고 그 결과로 나온 보상을 전달한다”고 설명하는지, 아니면 “연 몇 % 수익을 드린다”고 설명하는지를 보면 대체로 어느 쪽인지 갈립니다. 뒤쪽은 이번 해석이 답을 주지 않은 영역일 뿐 아니라, 애초에 약속한 쪽이 그 수익을 못 만들어 냈을 때 손실이 이용자에게 오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규제 분류와 실제 위험이 여기서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한 가지 더. “증권 거래가 아니다”는 “세금이 없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두 제도는 목적도 근거 법률도 다릅니다. 국내에서 스테이킹 보상과 에어드랍이 세금상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코인세금 4부에서 따로 정리했으니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망 — 아직 확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세 가지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 이 해석 자체가 의견수렴 중입니다. SEC는 이 해석을 내면서 공개 의견을 받고 있고(파일번호 S7-2026-09), 그 결과에 따라 내용이 다듬어질 수 있습니다. 시행됐다는 것과 최종 확정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둘째, 법률이 나오면 법률이 우선합니다. 시리즈 내내 반복하는 단서입니다. 해석규칙은 기관이 “우리는 이렇게 보겠다”고 밝힌 것이고, 의회가 만드는 시장구조법(CLARITY Act)이 통과되면 그것이 위에 놓입니다. 이 법안의 경과와 쟁점은 코인법안 3부에 정리돼 있습니다.
셋째, 국내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해석은 미국 연방증권법·상품거래법 체계 안의 판단입니다. 국내 거래소가 제공하는 스테이킹 서비스는 자본시장법의 증권성 판단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체계에서 따로 평가되며, 미국에서 증권 거래가 아니라고 정리된 행위라고 해서 국내에서 자동으로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원문은 연방관보 91 Fed. Reg. 13714(2026년 3월 23일 게재, 문서번호 2026-05635)와 SEC 보도자료 2026-30, CFTC 보도자료 9198-26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크라켄 제재는 SEC 보도자료 2023-25, 2025년 코인베이스 소송 취하는 보도자료 2025-47, 2025년의 두 차례 스테이킹 관련 직원 성명은 sec.gov 성명 페이지(2025년 5월 29일·8월 5일)에서 각각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마지막 회차에서는 분류가 바뀔 때 투자자가 무엇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원문을 직접 찾아보는 방법과 “SEC 승인 코인”을 앞세운 마케팅을 걸러내는 법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새 글 받아보기
암호화폐 기초 개념부터 세금·규제까지, 새 글이 올라오면 바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