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분류 3부] 비트코인·이더리움·XRP는 어디에 속하나

웨일로그 편집팀

결론부터 말하면, 2026년 3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공동 해석은 비트코인·이더리움·XRP를 포함한 16개 자산을 ’디지털 상품’의 예시로 이름까지 적었지만, 이는 심사를 거쳐 발급한 인증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원문은 이 목록이 전부가 아니라고 못 박았고, 같은 자산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팔렸느냐에 따라 그 거래는 여전히 증권 거래로 볼 수 있다는 단서를 함께 남겼습니다. 아래는 2026년 8월 20일 기준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1부에서 이 해석의 배경과 “공식 승인 목록이 아니다”라는 전제를, 2부에서 5개 범주가 갈리는 기준을 다뤘습니다. 이번 회차는 그 기준을 실제 자산에 대입해 보면서 자주 나오는 질문 7가지에 답합니다. 각 답변은 “이 코인이 지정됐다”가 아니라 “이 기준에 비춰 보면 이렇게 읽힌다”는 서술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Q1. 비트코인은 이제 공식적으로 ’증권이 아닌 코인’으로 확정된 건가요?

해석 원문이 디지털 상품의 예시로 자산 이름을 직접 나열한 것은 사실입니다. 연방관보에 실린 문서(91 Fed. Reg. 13714, 2026년 3월 23일 게재, Release 33-11412·34-105020)에는 앱토스(APT), 아발란체(AVAX), 비트코인(BTC), 비트코인캐시(BCH), 카르다노(ADA), 체인링크(LINK), 도지코인(DOGE), 이더리움(ETH), 헤데라(HBAR), 라이트코인(LTC), 폴카닷(DOT), 시바이누(SHIB), 솔라나(SOL), 스텔라(XLM), 테조스(XTZ), XRP까지 16개가 열거돼 있습니다. 여기에 알고랜드(ALGO)와 LBRY 크레딧(LBC) 이 별도 예시로 더 언급됩니다(이유는 Q6에서 설명합니다).

다만 성격을 정확히 봐야 합니다. 이것은 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발급한 허가 목록이 아니라, 기준을 설명하면서 든 예시입니다. 원문은 이 목록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non-exhaustive)을 명시했습니다. 운전면허증과 “이런 차가 승용차입니다”라는 예시 사진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의 것은 개별 심사의 결과물이고, 뒤의 것은 분류 기준을 이해시키기 위한 참고자료입니다.

비트코인이 이 예시에 들어간 이유는 기준 자체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부에서 정리한 디지털 상품의 조건은 네트워크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고, 가치가 특정 관리 주체의 경영 노력이 아니라 그 시스템의 프로그램적 작동과 수급에서 나올 것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되는 회사도, 수익을 약속한 개발팀도 없습니다.

Q2. 이더리움은 왜 그렇게 오래 논란이었고, 지금은 어떻게 정리됐나요?

이더리움의 쟁점은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2014년 초기 판매(ICO)가 투자계약이었느냐, 다른 하나는 2022년 지분증명(PoS) 전환 이후 스테이킹 보상 구조가 “남의 노력에 기댄 수익”으로 보이느냐였습니다. 뒤의 쟁점 때문에 한동안 “이더리움은 전환 이후 증권이 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해석은 프로토콜 스테이킹을 네트워크 운영이라는 관리적·기술적 업무에 대한 대가로 정리했습니다. 은행 예금 이자처럼 누가 돈을 굴려 만들어 준 수익이 아니라, 검증 작업을 수행한 데 대한 수수료에 가깝다고 본 것입니다. 같은 논리로 채굴 보상도 증권 거래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4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여기서 하나 짚을 것은 국세청의 과세 취급과는 별개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증권이 아니다”가 “세금이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국내에서 스테이킹 보상과 에어드랍이 세금상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코인세금 4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Q3. XRP는 소송에서 이긴 건가요? 2023년 판결과 이번 해석은 무슨 관계인가요?

XRP는 이 시리즈의 문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2023년 7월 13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의 애널리사 토레스 판사는 SEC가 리플랩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같은 XRP인데도 판매 경로에 따라 정반대 결론을 내렸습니다.

  • 거래소 공개시장 판매(programmatic sales): 투자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거래소에서 XRP를 산 사람은 자기가 누구에게서 사는지도 몰랐고, 리플의 약속을 근거로 산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기관 대상 직접 판매(institutional sales): 미등록 증권 판매로 봤습니다. 기관 투자자는 리플과 직접 계약하며 회사의 사업 계획을 근거로 수익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양측이 항소와 교차항소를 냈다가 2025년 8월 함께 취하하면서 이 결론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다만 기관 판매에 대한 금지명령은 유지되고 있으므로 “리플이 완승했다”는 요약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번 해석은 이 판결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같은 구조의 논리를 일반 원칙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증권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대상은 코인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코인을 둘러싼 거래라는 것입니다.

Q4. 같은 코인인데 사는 방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해석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투자계약의 대상이 됐던 자산이라도, 이후 2차 시장 거래에서 구매자가 그 약속이 여전히 자신에게 이어진다고 기대할 이유가 없다면 그 거래는 투자계약에서 분리된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회사가 “우리가 완성해서 값을 올려 드리겠다”는 약속과 함께 회원권을 팔았다면, 그 최초 판매는 투자 상품 판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그 회원권을 중고 거래 앱에서 개인끼리 사고팔 때, 사는 사람은 회사의 약속이 아니라 그 회원권으로 실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삽니다. 이 거래까지 투자 상품 거래로 볼 이유는 없다는 것이 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질문은 “이 코인은 증권인가요?“가 아니라 **“내가 지금 하려는 이 거래가 증권 거래인가요?”**입니다. 개인이 국내외 거래소에서 이미 유통 중인 코인을 사는 상황은 대부분 뒤쪽에 해당하지만, 프로젝트가 직접 파는 초기 판매나 수익 배분을 약속하는 상품에 참여하는 경우는 전혀 다른 판단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Q5. 16개 명단에 없는 코인은 그럼 증권인가요?

아닙니다. 이것이 이번 해석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입니다. 원문이 목록을 전부가 아니라고 밝힌 이상, 명단에 없는 자산은 **“증권으로 판정됐다”가 아니라 “예시로 언급되지 않았을 뿐, 기준을 직접 대입해 따져야 하는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봅니다. 발행 주체가 뚜렷하게 존재하면서 로드맵과 수익 계획을 앞세워 토큰을 팔고 있다면, 명단 포함 여부와 무관하게 그 판매는 투자계약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네트워크가 이미 자율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가치를 만들어 주겠다고 나서는 중앙 주체가 없다면 상품 쪽 기준에 가까워집니다.

Q6. 선물 상장이나 현물 ETF 승인은 ’상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인가요?

부분적인 참고 신호는 되지만 필요조건은 아닙니다. 실제로 예시에 오른 자산 상당수는 CFTC 규제를 받는 파생상품거래소(CME)에 선물이 상장돼 있습니다. 비트코인 선물은 2017년 12월, 이더리움 선물은 2021년 2월, XRP 선물은 2025년 5월에 각각 상장됐습니다. 미국 현물 ETF도 비트코인이 2024년 1월, 이더리움이 2024년 7월에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해석은 디지털 상품이 되기 위해 선물의 기초자산일 필요는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앞서 Q1에서 본 16개 명단이 공교롭게도 규제 선물시장에 올라 있는 자산들이라 “선물이 있어야 상품”이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해석은 이를 차단하려고 선물이 상장돼 있지 않은 알고랜드(ALGO)와 LBRY 크레딧(LBC)을 추가 예시로 일부러 덧붙였습니다. 선물 상장이나 ETF 승인은 그 자산이 상품 성격으로 취급돼 온 이력을 보여 주는 정황이지, 분류의 조건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현물 ETF의 구조와 의미는 비트코인 현물 ETF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Q7. 국내 거래소에서 사는 코인에도 이 분류가 그대로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이 분류는 미국 연방증권법·상품거래법 체계 안의 판단입니다. 국내 상장 코인의 증권성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투자계약증권 개념으로, 이용자 보호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각각 따집니다. 미국에서 상품으로 예시된 자산이라고 해서 국내에서 자동으로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볼 이유는 있습니다. 글로벌 거래소와 대형 발행사가 미국 규율을 기준으로 상품 구조를 설계하고, 그 결과가 국내 이용자가 접하는 상장 목록과 서비스 조건에 간접적으로 닿기 때문입니다. 미국·유럽·한국의 규제 체계를 나란히 비교한 내용은 코인법안 3부에 정리돼 있습니다.

이 회차를 읽는 법 — 명단보다 문장 구조를 보라

16개 명단이 공개된 뒤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퍼진 요약은 “SEC가 코인 16개를 증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였습니다. 사실 관계는 맞지만, 이 요약은 원문의 조건절을 통째로 지웁니다. 원문의 문장 구조는 **“이 자산들은 디지털 상품의 예시다. 단, 투자계약의 대상이 되는 거래는 별도로 판단한다”**에 가깝습니다. 뒤 문장이 잘린 요약이 퍼지면서, 명단 포함 여부가 코인의 품질 보증처럼 소비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실용적인 독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명단은 확인의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닙니다. 자기가 참여하려는 거래가 이미 유통 중인 자산의 2차 시장 매매인지, 아니면 발행 주체가 수익을 약속하며 파는 초기 판매인지가 실제로 결론을 가릅니다. 둘째, 상품 쪽 분류는 보호가 얇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부에서 비교했듯 증권 쪽에는 정기 공시 의무와 증권법상 배상 근거가 붙지만, 상품 쪽에는 그런 상시 정보 제공 장치가 없습니다.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은 “이제 안심해도 된다”가 아니라 “스스로 확인해야 할 몫이 그대로 남아 있다”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리즈 내내 반복하는 단서를 다시 적어 둡니다. 이 해석은 법률이 아니라 기관의 해석입니다. 의회에서 시장구조법(CLARITY Act)이 통과되면 그 법이 우선하며, 해석 자체도 두 기관의 현재 시각을 밝힌 것이지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대체한 것이 아닙니다. 원문은 연방관보 91 Fed. Reg. 13714(2026년 3월 23일, 문서번호 2026-05635)와 SEC 보도자료 2026-30, CFTC 보도자료 9198-26에서, XRP 판결은 미국 법원 전자기록(SEC v. Ripple Labs, 20-cv-10832, 2023년 7월 13일 결정)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에어드랍·스테이킹·채굴·래핑이 각각 어떻게 정리됐는지, 과거 SEC의 집행조치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배경-쟁점-전망 순으로 살펴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