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토큰화 2부] DTCC는 왜 증권 토큰화 인프라를 직접 만들까

웨일로그 편집팀

DTCC(미국 증권 예탁결제기구)가 토큰화 인프라를 직접 만드는 이유는, 여러 민간 업체가 제각각 토큰화를 진행하면 유동성이 흩어지고 법적 보호 수준도 제각각이 되는 반면, 기존 결제 인프라의 중심인 DTCC가 직접 나서면 투자자 보호 장치를 유지한 채 토큰화를 표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6년 7월 15일에는 이 인프라를 통한 실거래 처리까지 진행됐습니다. 지난 1부에서 STO·RWA 토큰화의 개념을 짚었다면, 이번 2부에서는 DTCC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 흐름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를 배경-쟁점-전망 순서로 살펴봅니다.

배경: DTCC는 어떤 기관이고 왜 토큰화에 뛰어들었나

DTCC(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oration)는 미국 증권 거래의 후선 업무, 즉 매매 체결 이후 실제 소유권 이전과 결제를 처리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그 산하의 DTC(Depository Trust Company)는 실제로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을 전자적으로 보관하는 예탁기관인데, DTCC 발표에 따르면 DTC가 예탁 중인 자산 규모는 114조 달러가 넘습니다. 미국 증권 시장 거래 대부분이 이 인프라를 거쳐 정산된다고 봐도 무방한 규모입니다.

DTCC의 토큰화 실험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2023~2024년 DTCC는 Chainlink, 그리고 BNY Mellon·JP모건·State Street·Franklin Templeton을 포함한 대형 금융기관 10곳과 함께 “Smart NAV”라는 파일럿을 진행했습니다. 뮤추얼펀드의 기준가격(NAV) 데이터를 블록체인 위에 표준화된 형태로 올려 유통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실험이었는데, DTCC가 2024년 5월 공개한 파일럿 보고서는 이렇게 온체인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토큰화된 펀드나 여러 펀드 데이터를 한 번에 다루는 스마트 컨트랙트 같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진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 경험이 이후 정식 서비스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습니다.

쟁점 1: 왜 다른 업체가 아니라 DTCC가 직접 나서나

토큰화 자체는 이미 여러 민간 블록체인 업체나 거래소도 시도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그런데도 DTCC가 직접 인프라를 만드는 이유는 “누가 결제와 소유권 이전을 최종적으로 보증하느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만약 각 업체가 독자적으로 증권을 토큰화해 유통한다면, 같은 주식이라도 플랫폼마다 법적 지위가 다르고 유동성도 여러 곳으로 쪼개지며, 최악의 경우 이중 장부 문제(같은 자산이 서로 다른 원장에 중복 기록되는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DTCC의 접근은 이와 다릅니다. DTCC는 2026년 5월 4일 보도자료에서 50개 이상의 금융회사와 함께 새로운 토큰화 서비스 개발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히며, 이 서비스가 기존 DTC 예탁 자산을 토큰화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온체인 거래로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새로운 자산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안전하게 보관 중인 자산 위에 토큰이라는 “접근 레이어”를 하나 더 얹어 기존의 깊은 유동성 풀로 자금을 연결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쟁점 2: 실제로 어디까지 진행됐나

이 흐름은 더 이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DTCC는 2026년 7월 15일, DTC에 예탁된 자산을 토큰으로 전환해 실제 프로덕션 거래에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DTCC 스스로 이를 “범위·자산군·참여 기관 수 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토큰화 프로덕션 이니셔티브”라고 표현했을 만큼 상징적인 이정표입니다. 초기 대상 자산은 러셀1000 구성종목, 주요 ETF, 미국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군으로 한정돼 있으며, 이번 실거래는 2026년 10월로 예정된 정식 서비스 출범을 앞둔 사전 단계였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멀티체인 전략입니다. DTCC는 2026년 5월 27일 이 토큰화 서비스를 퍼블릭 블록체인인 스텔라(Stellar)와 연동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정 사설 블록체인 하나에 인프라를 종속시키지 않고, 여러 체인과 상호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쟁점 3: 그래도 남아 있는 과제

물론 이 흐름이 곧바로 시장 전체를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정식 서비스가 실제로 10월에 계획대로 출범할지, 이후 얼마나 빠르게 대상 자산과 참여 기관이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토큰화는 어디까지나 자산에 접근하고 거래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지, 기초자산 자체의 위험을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러셀1000 종목을 토큰 형태로 갖고 있어도 그 주식이 속한 시장의 가격 변동 위험은 그대로 존재합니다. 또한 이 서비스는 미국 시장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가 지금 당장 이 인프라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전망: 국내 제도 논의에도 참고 사례가 될 흐름

DTCC 같은 전통 금융 인프라 기관이 토큰화에 직접 나선다는 사실 자체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이는 토큰화가 일부 스타트업의 실험 단계를 넘어,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핵심 기관이 표준을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10월 정식 출범 이후 대상 자산군이 확대되는지, 그리고 다른 나라의 예탁결제기관들이 유사한 인프라를 검토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규모의 인프라 전환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토큰증권 제도 논의에도 DTCC의 접근 방식(기존 예탁 인프라 위에서 투자자 보호를 유지하며 토큰화)이 참고 사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3부에서는 국내로 눈을 돌려,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이 개인 투자자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주 묻는 질문 형태로 정리하겠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시리즈: DTCC와 증권토큰화 알아보기

주식·채권 같은 전통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흐름과 국내외 제도 동향을 정리한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