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되돌릴 수 없다더니, 크로노스는 왜 되돌렸나
2026년 8월 30일(UTC) 크로노스(Cronos) 네트워크가 대출 프로토콜 텍토닉(Tectonic)에서 발생한 익스플로잇에 대응해 블록 생산을 통째로 멈췄고, 이후 검증인들이 사고 직전 상태로 체인을 되돌린 뒤 다시 가동했다. “블록체인은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되돌리려면 블록을 만드는 검증인 다수가 한꺼번에 합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은 그 조건이 실제로 갖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 글은 2026년 9월 1일 오전(KST) 기준으로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나눠 정리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도를 종합하면 시간 순서는 이렇다. 8월 30일(UTC, 일요일) 크로노스 위에서 가장 큰 대출 프로토콜인 텍토닉이 공격받았고, 크로노스 공식 계정은 “익스플로잇을 확인했으며 네트워크를 정지했다”고 알렸다. 검증인들이 몇 분 만에 체인 전체를 세우면서 송금·브리지·스마트컨트랙트가 모두 멈췄다. 이후 크로노스 측은 체인 상태를 익스플로잇 이전 시점으로 되돌린 뒤 블록 생산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아직 하나의 숫자로 확정되지 않았다. 보도된 추정치는 약 7,400만~7,500만 달러이고(보안업체 PeckShield 추정치는 약 7,400만 달러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이더리움으로 빠져나간 금액은 약 600만 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나머지는 정지된 크로노스 체인 위 주소에 남아 있었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크립토닷컴(Crypto.com) 측은 자사 앱과 거래소는 침해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공격 방식: 담보가 될 수 없는 것을 담보로 잡았을 때
보도된 공격 구조 자체는 디파이에서 여러 번 반복된 유형이다. 공격자는 유동성이 얕은 토큰(TONIC)의 가격을 짧은 시간에 크게 끌어올린 뒤, 그 부풀려진 평가액을 담보로 맡기고 다른 유동성 있는 자산을 빌려 나갔다. 20분가량 사이에 TONIC 가격이 100배 가까이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서 초보자가 알아둘 개념이 두 가지다.
- 담보 계수(collateral factor): 대출 프로토콜이 “이 자산을 맡기면 평가액의 몇 %까지 빌려줄지” 정해 둔 비율이다. TONIC에는 20%가 설정돼 있었다고 보도됐다.
- 가격 오라클: 프로토콜이 담보 가치를 계산할 때 참조하는 가격 정보다. 참조하는 시장의 유동성이 얕으면, 적은 돈으로도 가격을 흔들어 담보 가치를 부풀릴 수 있다.
즉 문제는 “해킹으로 열쇠를 훔쳤다”가 아니라, 담보로 인정해서는 안 될 만큼 시장이 얕은 자산을 담보 목록에 넣어 둔 설계에 가깝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분석의 공통점이다. 이 사이트에서 여러 번 다룬 원칙과 같은 이야기다 — 어떤 자산의 위험은 그 자산의 가격표가 아니라 얼마나 얇은 시장에서 그 가격표가 만들어지는지에서 나온다.
체인을 통째로 멈춘다는 것
여기부터가 이번 사건의 진짜 쟁점이다. 개별 앱이 털렸는데 체인 전체를 세웠다.
크로노스는 코스모스 SDK(Cosmos SDK) 계열 체인이다. 실제로 공식 저장소 github.com/crypto-org-chain/cronos의 go.mod를 오늘 직접 내려받아 확인해 보면 github.com/cometbft/cometbft v0.38.19와 크립토닷컴 조직이 포크한 코스모스 SDK가 의존성으로 고정돼 있다. 이 계열 체인은 지분을 위임받은 검증인들이 의결권 3분의 2 이상으로 블록을 확정하는 구조라, 반대로 그 다수가 노드를 멈추면 체인도 즉시 선다. 비트코인처럼 익명의 채굴자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조에서는 이런 일이 몇 분 만에 조율되기 어렵다. 정지 자체가 이 합의 구조의 성질이라는 뜻이다.
또 하나 직접 확인한 사실이 있다. 재가동 안내에 등장한 노드 버전 v1.7.8은 이번 사고 때 급히 만든 긴급 패치가 아니다. 공식 저장소에서 해당 태그를 받아 보면 커밋 해시는 1f072c05accfa8e17d2308fd965547158a15f473, 커밋 날짜는 2026년 6월 23일이고 제목은 release: v1.7.8 (#2115)이다(2026년 9월 1일 확인). 즉 이번 대응의 핵심은 코드 수정이 아니라 상태를 되감고 검증인들이 같은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기로 합의한 운영상의 결정이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이용자 입장에서는 “돈을 지켰으니 잘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되돌리지 않았다면 텍토닉 예치금 상당 부분이 그대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실을 뒤집으면 이렇게도 읽힌다. 소수의 검증인이 합의하면 이미 기록된 거래를 되돌릴 수 있는 체인이라는 것이 공개적으로 증명됐다.
이번에는 그 힘이 이용자 보호에 쓰였다. 문제는 그 힘의 존재 자체가 상수라는 점이다. 다음에 같은 버튼을 누를 때 기준이 무엇인지, 누가 결정하는지, 그때 되돌려지는 거래에 공격과 무관한 내 거래가 섞여 있지는 않은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초보 투자자가 여기서 가져갈 실질적인 교훈은 하나다 — 체인 위의 자산은 그 체인을 운영하는 주체들의 결정에도 노출돼 있다. 어떤 체인을 쓸지 고를 때 수수료와 속도만 볼 게 아니라, 검증인이 몇이고 얼마나 분산돼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하는 이유다.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
작성 시점(2026년 9월 1일 오전, KST) 기준으로 나눠 적는다.
| 항목 | 상태 |
|---|---|
크로노스 노드 v1.7.8 태그의 커밋 해시·날짜 |
직접 확인(공식 저장소에서 태그 체크아웃) |
| 크로노스가 코스모스 SDK·CometBFT 기반이라는 점 | 직접 확인(저장소 go.mod) |
| 크로노스 공식 계정의 정지·재가동 공지 원문 | 확인 실패 — 이 작업 환경에서 해당 소셜 플랫폼과 cronos.org 접속이 차단됨. 복수 매체 보도로 교차 확인만 함 |
| 재개 블록 높이·재개 시각, 온체인 이동 내역 | 확인 실패 — 익스플로러 접근이 차단돼 실측하지 못함 |
| 피해 금액, TONIC 담보 계수 20%, 브리지된 약 600만 달러 | 미확인 — 보도된 추정치이며 공식 확정치가 아님 |
| 텍토닉·크로노스의 공식 사후 분석(포스트모템) | 예고됐으나 작성 시점까지 공개 확인 안 됨 |
숫자가 매체마다 다른 것은 이런 사건에서 흔한 일이다. 온체인에서 움직인 자산이 여러 종류라 어떤 시점의 가격으로 환산하느냐에 따라 총액이 달라지고, 공격자 주소가 나중에 추가로 발견되기도 한다. 확정치는 사후 분석이 나와야 정해진다.
앞으로 확인할 것
전망 대신 일정과 관전 포인트로 정리한다.
- 포스트모템 공개 — 크로노스·텍토닉이 예고한 공식 사후 분석. 되돌린 블록 범위, 영향받은 거래, 피해 확정치가 여기서 정리될 사안이다.
- 텍토닉의 파라미터 조치 — 유동성이 얕은 토큰의 담보 계수·오라클 설정을 어떻게 바꾸는지. 같은 유형의 공격이 반복되는 지점이라 조치 내용이 곧 재발 방지 수준을 말해 준다.
- 되돌리기 기준의 문서화 여부 — 어떤 상황에서 다시 체인을 세우고 되돌릴지에 대한 사전 규칙이 공개되는지. 이번처럼 사후 설명만 남으면 같은 논쟁이 반복된다.
- 이더리움으로 넘어간 자금의 추적 — 되돌리기가 닿지 않는 다른 체인으로 넘어간 부분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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